위성곤 의원, 이달 안으로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 예정
퇴역 경주마 복지를 체계화 하는 근거 담겨
김란영 대표 "말 등록 및 이력제 관리, '말 수의사'가 하는 시스템 구축해야"
김정현 이사 "말은 물건이 아닌 생명이라는 점을 인식하길"
[포인트데일리 송형근 기자] 지난해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방영 당시 말을 강제로 넘어뜨리는 장면이 송출되면서 말 학대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정부를 비롯한 말산업 관련 기관의 말 복지 개선을 위한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물복지국회포럼과 위성곤 의원, 윤미향 의원, 동물자유연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주최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퇴역 경주마 복지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는 말 복지 개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 말 복지 개선 위한 제도 마련 필요해
박홍근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개회사에서 “지난해 드라마 촬영 중 말을 강제로 넘어뜨려 해당 말이 일주일 뒤 폐사하게 만든 문제는 동물 학대 논란이 크게 일 정도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라며 “이후 말산업 전담 기관인 한국마사회 내 말복지센터가 발족하고 경주마 복지 향상을 위한 각계 각층의 노력이 있지만 아직 미진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오늘의 토론회에서 말 복지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해 의미 있는 이야기가 오고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 제주 서귀포시) 역시 “말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제주 서귀포를 지역구로 두고 있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상임위 활동을 하는 의원으로서 동물복지단체, 농림축산식품부, 마사회 등과 퇴역 경주마 복지 정책 강화를 위한 논의를 꾸준히 이어왔다”며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복지 개선 방안은 수립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달 안으로 발의할 예정인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퇴역 경주마에 대한 복지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을 것”이라며 “경주마 복지 개선을 통해 경마산업, 말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의정활동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미향 의원(무소속, 비례대표)은 “지난해 한국마사회 국정감사 당시 퇴역 경주마 복지 개선을 위해 퇴역 경주마 활용방안 마련, 말 이력제 의무화 추진 촉구, 경주마 안락사 문제 등의 개선점을 주문하며 마사회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매년 1400여 마리의 경주마가 퇴역하지만 지난 5년간 퇴역 경주마 40% 이상이 안락사 처리, 용도 미정으로 퇴역 이후 알 수 없는 말이 16%가량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말 이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복지 개선을 위해서는 현행 이력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퇴역 경주마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과제는
주제발표에서는 퇴역 경주마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제언과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김란영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대표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5761마리의 퇴역 경주마 중 2588마리, 44.9%가 폐사했다”며 “연평균 647마리가 경마장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음을 맞았고 지난 4년간 299마리가 퇴역 후 용도미정으로 분류됐는데 이는 관련 기관의 미온적 태도와 미비한 정책으로 말 이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말 이력제에 따르면 퇴역 경주마의 이력 관리는 개인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또한 일부 말 소유주의 경우 이력 관리 등록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재지 등의 정보가 말 등록기관의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등 말 이력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승용마, 번식마, 용도미정 마필에 대한 관리 기준, 복지 기준 등을 명확히 법제화 해야 한다”며 “특히 퇴역 경주마를 도축해 식용 말고기나 펫사료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말 등록 및 이력제 관리를 ‘말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추적 가능한 말 이력제를 운영한다면 말의 전 생애주기에 대한 이력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또한 전체 퇴역하는 말 마릿수 대비 승용마 전환율은 3%도 채 못 미치기 때문에 퇴역 경주마 복지제도 구축을 명확히 하는 것을 제언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삼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퇴역 경주마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정부 과제’ 주제발표에서 “현장에서 퇴역 경주마 분류 시 용도미정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는 마주 등 말 관계자가 경주마 퇴역을 신고할 때 향후 활용 용도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용도미정으로 선택해 신고하는 경향이 있는데 추후 말의 최종 활용 용도가 결정되면 시간 경과에 따라 변경 신고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말 인수자 실명제를 도입해 경주마 퇴역 신고 시 인수자 및 소유자 등록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했다. 또한 지난해 외부 등록심사원과 말등록원을 활용해 유선 확인, 현장 방문 등을 실시하며 용도미정 경주마 이력정보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과장은 “현재 정부는 경주마 생애주기별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말복지 분야 제도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경주 퇴역마 활용도 제고, 말 관계자 인식 개선, 기존 말 복지 사업 확대, 신규사업 발굴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말 보호 및 복지 의식수준 향상을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하거나 해외 말 복지 전문기관 자문 등을 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말 복지 가이드라인을 보완하거나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복지기금 조성 확대, 말 복지 인증체계 정립 등을 통해 경주마 복지 종합 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 말, 물건이 아닌 ‘생명’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우리 사회가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퇴역 경주마 복지 제고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정현 대한재활승마협회 이사는 “동물복지, 생명 존중에 대한 감수성이 어느 때보다 예민해진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상 말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물건과 같이 취급된다”며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지난 2021년 7월 법무부에서 입법예고 했듯이 말은 물건이 아닌 생명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마사회 측의 주장에 따르면 ‘퇴역 경주마에 대해 도축하지 않는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수한 개체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는 개체는 퇴역 후 제2의 삶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만일 퇴역 경주마 도축을 중단했을 때 쏟아지는 말들을 대체 어디서 20년 이상 보호하고 수용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경주마의 생산을 억제해 동물 학대 발생 가능성을 줄여 나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특히 육성과정에서 경주마의 퇴역 이후의 삶이 가능하도록 전 생애 복지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경마로부터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정부와 말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마사회, 마주 등이 적절히 책임을 나눠 말의 관점에서 필요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갑 마사회 말복지센터장은 “사실 마사회도 말 복지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얼마 안 되는 게 사실”이라며 “관련 단체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고 있으니 시민단체 등에서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말 복지 인식 개선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연말에 마주협회와 마사회 간 협약을 통해 1년에 각각 10억 원씩 매칭 사업으로 5년간 100억 원의 말 복지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복지기금은 향후 퇴역 경주마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될 예정이고 말 복지 강화를 위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용학 서울마주협회 회장은 “마주들 역시 말 복지 향상을 위한 각계각층의 요구에 크게 공감하고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부터 말 복지를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마주들 역시 말산업 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경주마 복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으니 경마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말 복지 지원체계가 제대로 구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미향 의원은 “오늘의 토론회를 통해 우리 사회가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며 “결국 국회의원은 제대로 된 입법 활동을, 정부는 올바른 정책 수립을, 마사회는 말산업 전담 기관의 역할을, 시민단체는 올바른 감시활동의 역할을 다하며 향후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물려줄 수 있도록 소통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