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애담(51) 문화재청과 제주도의 협소한 관행으로 무참히 깨져버린 ‘공존’
벌써 2년이 흘렀다. 2021년 10월에 섬사랑수의사회, 제주동물권행동NOW와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은 마라도 고양이 76마리에 대한 중성화(TNR)를 진행했다. 당시 섬사랑수의사회가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돌보던 한 주민이 사비를 들여 마라도와 제주도를 오가며 고양이를 한 마리씩 중성화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2019년 서울대 연구팀에서 마라도 고양이는 130마리로 추정하였다. 그 후 2022년 타 지역 동물단체가 두 차례 추가 중성화(TNR)를 진행하였고 지난 2월 9일에서 12일, 나흘 동안 제주대학교 과학교육학부 오홍식 교수 및 연구진이 진행한 ‘마라도 천연보호구역 내 고양이 개체수 및 활동반경 모니터링’ 결과 고양이 개체수는 적게는 50마리 많게는 70마리로 추정된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2월 초 수일 동안 서울대 수의인문학 연구진들이 마라도에서 자체 모니터링한 결과로는 최대 80마리 정도로 추정하였고 중성화 비율은 95%라고 하였다.
혹자는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 감소하냐’고 묻는다. 그만큼 길 위에, 야생의 고양이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동물권 단체와 마라도 주민들이 함께 협조해 진행했던 중성화(TNR) 사업으로 개체수가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하게 감소한 것이다.
마라도 중성화를 진행하면서 국제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를 알게 되었다. 칼럼을 쓰려고 논문과 자료를 살펴보며 뿔쇠오리를 영상으로 접하게 되면서 그때부터 뿔쇠오리에 빠졌었다.
짙게 드리워진 검은 바다 위 부모 뿔쇠오리의 소리를 향해 절벽을 구르며 바다에 몸을 내던지기 전, 찰나의 주저함을 뒤로하며 부모를 만나는 영상 속 아기 뿔쇠오리 모습은 누구라도 감탄하고 경이로움에 넋을 잃게 된다.
그 후 섬사랑수의사회의 도움으로 뿔쇠오리 보호 방안 계획을 만들어 도의회, 도청 등 관계자를 만나 설명하러 발품을 팔기도 했다. 당시는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2021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민원들이 문화재청 등에 제기되었고 보호 방안에 따른 조치들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청과 제주도의 방식은 유감스럽게도 동물의 생태적 습성을 마치 가해동물과 피해동물의 바람직하지 않은 구도만 보여지게 하였으며, 이는 마라도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시민들을 분열하게 하였다. 또한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내쫓는 최종 결정안만을 강조하였으며, 일의 진행 역시 전후가 뒤죽박죽인 것은 물론 후속 방안이 전무한 형편 없는 수준이다.
문화재청이 주관하고 제주도가 협력하여 구성된 ‘마라도 천연보호구역 내 생물 피해 저감을 위한 대처방안 마련 협의체 회의’의 2차례 회의는 1차가 1월 31일, 2차가 2월 17일로 시기적으로 협의하기에 굉장히 촉박하였다.
특히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세계자연유산본부, 영산강유역청, 한국조류협회 제주지회, 제주도 환경정책과, 서귀포시 축산과, 동물위생시험소, 제주대학교 과학교육학부 오홍식 교수 및 연구진이 참여한 2차 회의에는 다수가 고양이 반출 의견만에 동의하는 입장이었으며, 뿔쇠오리와 고양이 등 마라도에 서식하는 전체 생명을 존중하고 협의하기 보다는 특정 대상인 ‘고양이를 살처분하고 박멸할 대상이다’라는 공식회의 공개 발언에도 이를 제재하기보다 묵인하고 조롱하는 반쪽짜리 회의체였다.
1, 2차 회의에서 이미 문화재청과 제주도의 입장은 ‘마라도 고양이 반출은 정해졌다’며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으며 이러한 회의체에서 고양이가 반출되더라도 그에 따른 방안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일정한 계획을 갖고 진행해야 함에도 무조건적인 고양이 반출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며 이후 내용은 ‘거침없이 고양이를 혐오하는 발언을 하는 반쪽짜리 회의체에서 논의한다’라고 성급하게 마무리하였다.
문화재청은 마지막까지 고양이 임시 보호시설과 보호시설 등 후속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제주도는 제주에 거주하는 고양이 생명에 대해 책임지려 하고 있지 않다. 마치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며 마라도 주민들의 의견과 소망을 담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제주비건은 어느 생명이든 소중하게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고양이를 마치 살처분과 박멸 대상처럼 이야기하니 고양이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반대 상황이었으면 뿔쇠오리를 대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뿔쇠오리 보호라는 대전제에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영역 동물인 고양이에 대한 보호 대책도 시급히 함께 마련되어야 하는데 1차 회의 후 많은 창구를 통해 고양이들의 활동성이 보장될 수 있는 보금자리를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전혀 관심이 없었고 고양이들에 대해 뿔쇠오리의 10분의 1만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주비건은 마라도 고양이 중성화(TNR)에 참여했던 단체로 마라도 주민을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만난 바 있어 그들이 누구보다 마라도의 철새, 고양이뿐만 아니라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마라도 주민들이 2월 16일에 문화재청에 제출한 의견이 어떤 마음으로 써 내려갔는지 조금은 알게 된다. 마라도 주민들은 뿔쇠오리 보호를 위해 길고양이의 반출을 다음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였다.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 여건상 조류보호를 위한 길고양이 반출을 다음의 전제조건으로 한다.” (2월 16일 제출한 마라도 주민자치위원회 의견 중 일부) 전제 조건-1) 길고양이 중 집고양이로 동물 등록하여 키우고 싶은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여 남기고, 나머지 길고양이만을 반출한다. 전제조건-2) 마라도 지역 외 보호시설(자유로운 활동 보장/ 생츄어리)을 우선적으로 마련하여 길고양이를 반출하고, 반출 후에는 자연사할 때까지 길고양이를 보호해주며, 소관 부처들과 지자체는 관련 단체의 모니터링을 수용한다는 전제로 반출함에 협조한다. |
2차 회의가 있던 2월 17일 저녁,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며 한 주민이 소식을 전한다. “문화재청에서 보낸 거 같은데 반출이 결정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그럼 고양이가 머물 보호시설은 있는 거냐”며 이어서 “그러면 가끔 본섬에 가서 우리 애들을 볼 수 있는 거냐, 녀석들이 떠나면 허전하겠죠?”라고 묻는다.
순간 밀려오는 미안함에 말문이 막혀왔다. 2021년 만났던 식당을 운영하시는 아주머니께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겨우내 먹일 고양이 사료가 아직도 창고에 아홉 포대나 있다며 자랑한다.
공존은 서로 도우며 함께 산다는 공생적 의미도 있지만 부득이 환경적인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정신적인 깊은 유대감을 잃지 않고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고양이를 돌보느라 수술하고 아픈 것도 잊고 살았다는 주민의 깊은 속내를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알고 있을까? 아직 시간은 있다. 부디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그들의 깊은 유대와 관계를 깨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