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 들여와 번식마로 이용되다 비육농장에 판매
제주비건·PETA, 최근 현장 조사서 목격 후 마주 설득 매입
미국 출생의 퇴역 경주마가 한국에서 번식에 이용된 뒤 제주도에서 고깃덩이가 되기 직전 구조됐다.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은 국제적 동물권 단체인 미국의 ‘동물의 윤리적 대우를 위한 사람들(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PETA)’과 지난달 30일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 앞에서 16세의 미국 경주마 ‘늘봄(가명)’을 구조했다.
이들은 이날 현황 조사 차 도살장 앞을 찾았다가 대기 중인 늘봄을 목격하고, 소유주를 설득해 일정 금액을 주고 늘봄을 매입(관련 동영상 참조)했다.
제주비건에 따르면 늘봄은 2007년 4월 4일 미국의 켄터키주에서 유명 씨수말인 ‘엘 프라도(El Prado)’와 암말 ‘라인랜드(Rhineland)’ 사이에서 태어난 ‘마이 일루시브 드림(My Elusive Dream)’이다.
2009년 2세마로 경마를 시작한 뒤 10차례 출전해 총상금 2만8510달러를 벌어들인 뒤 2010년 3세마로 퇴역했다. 늘봄은 이후 미국에서 자마 5두를 배출한 뒤 2018년 한국으로 수입됐다.
한국에서는 자마 3두를 냈는데, 지난 4월 26일 출산 후 자마가 겨우 젖을 뗀 후 비육농장에 판매돼 지난 10월 30일 도축장으로 운송됐다.
제주비건은 퇴역마 도축에 대해 “한국 경마산업은 지난 101년 동안 경주마, 퇴역 경주마들의 피 한 방울까지 쥐어짜며 마지막까지 이용하다 폐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9년 5월 PETA가 10개월의 잠복 조사 결과 한국에서 널리 퍼진 ‘서로브레드’ 경주마 도살 현장 동영상을 폭로한 뒤에도 제대로 개선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에선 퇴역 경주마의 보호·관리·복지를 위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를 비롯해 경마산업 관계자들이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적극 반대하고 있어 크게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제주비건은 이에 대해 “기본적인 법안 발의를 반대하며 ‘말 복지’를 운운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며 동물보호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으로, 경마산업이 얼마나 비정한 산업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라고 질타했다.
제주비건은 “한국마사회와 경마산업 관계자들은 경주마, 퇴역 경주마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면 안 된다”면서 “경마 산업에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경주마, 퇴역 경주마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여기에는 “경주마 은퇴자금 마련에 상금의 3%를 배정해야 한다”는 PETA의 요구안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