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김지숙기자> 6200만원 상금 탄 경주마..갈비뼈 드러난 채 겨우 구조됐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비건제주 (221.♡.15.123) 댓글 0건 조회 2,058회 작성일 22-08-30 19:04

본문

6200만원 상금 탄 경주마..갈비뼈 드러난 채 겨우 구조됐다

김지숙입력 2022.08.30. 13:28수정 2022.08.30. 15:00
댓글 176
음성으로 듣기
번역 설정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애니멀피플]
동물자유연대, 충남 부여 폐목장에서 경주마 등 2마리 구조
"국매 말 산업 문제점 여실히 드러나..관련제도 개선 시급"
충남 부여의 한 폐목장에서 굶어죽기 직전의 퇴역 경주마 등 말 2마리가 구조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충남 부여의 한 폐목장에서 굶어죽기 직전의 말들이 구조됐다. 말들은 갈비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 있었으며, 한 마리는 엉덩이와 다리에 심각한 외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농장에 있던 네 마리 중 두 마리는 구조 직전 숨을 거뒀다.

30일 동물자유연대와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은 폐목장에 방치된 말 2마리를 지난 21일 구조해 현재 제주 말 생크추어리에서 보호 중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말들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 있었으며, 한 마리는 엉덩이와 다리에 심한 외상을 입고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단체들에 따르면, 당시 처음 현장에 버려진 말은 총 4마리였다. 인근 주민인 제보자가 한동안 물과 먹이를 챙겨줬지만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자 열악한 환경에 계속 말들을 방치 할 수 없어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조가 결정된 뒤 한국마사회 말보건원의 협조로 응급 처치에 나섰지만 제보 직후 말 한 마리가 사망했고, 이후 말들의 보호 장소를 섭외하던 중 극심하게 말라있었던 한 마리가 더 숨졌다.

현장에서 사망한 말과 구조된 말 한 마리는 한때 경마장을 뛰었던 퇴역 경주마로 드러났다. 구조된 말은 경주마로 활용되는 ‘더러브렛’ 품종으로 2008년 경주마로 등록된 뒤 2011년까지 서울경마공원에서 총 28회 경기에 출전했다. 4살이던 2010년까지 총 3번이나 1위에 올라 상금이 6200여 만원에 달했지만 은퇴 뒤 여러 승마장을 전전한 것으로 나온다. 경주마들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말 산업 정보포털’에는 현재도 전남 한 승마장의 소유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폐목장에 방치된 채 발견된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말은 지난 2008년 경주마로 등록된 뒤 2011년까지 서울경마공원에서 총 28회 경기에 출전했지만 은퇴 뒤 여러 승마장을 전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함께 구조된 승용마의 경우는 이미 폐사 처리된 말로 조회됐다. 2000년 태어난 이 암말은 2012년부터 경기도 한 특수학교에서 작년까지 승용마로 활용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21년 12월29일자로 폐사 신고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사건이 국내 말 산업 관리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 정진아 사회변화팀장은 “폐사 신고가 된 승용마는 엉덩이에 심각한 외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됐다. 학교에서 승마 체험 등의 용도로 이용하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자 다른 곳에 보낸 뒤 폐사 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말 이력 관리제는 신고제로 이뤄지고 있어 강제성이 없다. 이력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 이전부터 계속 되어 왔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당시 현장에 말들을 데려온 건강원 주인, 도축업자를 만나 이렇게 버려진 말들은 약재나 반려동물 사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경주마를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에 정해진 절차를 거쳐 도축을 진행해야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국회에서는 경주마들의 은퇴 뒤 복지를 책임질 체계를 마련하자는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대한재활승마협회 김정현 이사 제공

말의 평균 수명은 25~35살이지만, 경주마는 4~5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은퇴한다. 일부는 교육, 승마와 번식용으로 활용되지만 대부분은 용도 미정으로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올해 초 한국마사회가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퇴역 이후 용도가 파악되지 않는 기타 용도의 비율은 2016년 5%(70마리)에서 2017년 6.4%(89마리), 2018년 7.1%(99마리), 2019년 7.4%(103마리), 2020년 22.5%(308마리)로 매해 늘어나고 있다.(▶42%만 살아서 촬영장, 승마장으로...퇴역경주마 잔혹사)

이러한 퇴역 경주마들의 열악한 처우는 지난 1월 한국방송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무리한 촬영을 한 뒤 사망한 말 ‘까미’(마리아주) 사건으로 많이 알려졌다. 이후 동물단체들은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에 책임있는 경주마 복지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조된 말 2마린느 현재 국내 최초 제주 말 생크추어리로 이동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단체들은 경주마들의 복지를 위해 △말 등록제 및 이력제 도입 △말 보호시설 조성 △과잉 생산방지를 위한 생산 두수 조절 △말 식용 및 사료화 금지 △말 복지기금 조성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구조된 말들은 국내 최초 제주 말 생크추어리로 이동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곳은 프로골퍼 출신 김남훈씨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더 이상 경주를 뛸 수 없는 퇴역마나 방치, 학대를 당한 말 3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