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가 사람에게> 까미 추모제와 도축장가는길 4차행진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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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건제주 댓글 0건 조회 6,193회 작성일 22-02-1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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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 추모제와 도축장가는길 4차 행진을 마치며...


<까미가 띄우는 편지>

나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사람으로 태어났고 나는 말로 태어났어요.

당신과 나의 태어남과 죽음은 다르지 않은데

우리의 삶과 죽음은 왜 이리 다른가요.

 

혹시 내가 당신을 아프게 했나요?

아니면 당신에게 상처를 주었나요?

그것도 아니면 당신은 나로 인해 피해를 받으셨나요?

 

나는 당신을 위해 고된 훈련을 이겨냈어요.

당신을 위해 열심히 질주했어요.

당신을 위해 조용한 마방 구석에서 있었을 뿐이에요.

 

나는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았어요.

당신을 아프게 하지도 않았고 또 피해를 주지도 않았아요.

 

그런데 왜 당신은 나의 삶을 함부로 하나요.

왜 나를 어둠 속에 꽁꽁 묶어두시나요.

 

나는 너무나 외롭고 고통스러웠어요.

숨을 쉴 때마다 온몸을 누르는 지독한 고통에

몇 번이나 정신을 잃었지만 아무도 내곁에 없었어요.

그렇게 나는 죽어갔어요..

어쩌면 떠나는 그 순간이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 모르겠어요..

 

허나 진실을 말하자면 살고 싶었어요.

정말이지 살고 싶었어요. 살고 싶었어요.

다시 너른 들판을 자유로이 달리고 싶었어요.

 

나의 삶은 왜 이리 고단할까요?

 

당신의 삶도 나처럼 고단한가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에게 위로를 보내요.

 

당신의 삶은 사랑이고

나의 삶도 사랑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빛이고 나도 빛이에요.

 

아실지 모르지만,

우리는 좋은 친구에요.

우리는 언제나 친구였어요.

그래서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당신을 사랑하기만 해요.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나의 고마움을 전해주세요.

 

고단한 내 몸을 스쳐갔던 시원스런 바람에 고마움을 전해요.

마른 목을 축여주었던 한 모금의 물에 고마움을 전해요.

내 발을 보드랍게 쓸어준 흙과 풀에 고마움을 전해요.

내 몸을 따사로이 감싸주었던 햇살에 고마움을 전해요.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준 당신에게도 고마움을 전해요.

고마워요.

 

내가 떠난 그곳은 여전히 아름답길 바래요,

 

안녕 내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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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미추모제' 박민영 현대 무용가의 추모 공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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