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후위기 대응, 채식급식' 제주의소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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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건제주 댓글 0건 조회 6,263회 작성일 22-01-15 15:25본문
- 최윤정 기자 (yun@jejusori.net)
- 승인 2022.01.15 09:00
- 댓글 9
기후 위기 대응과 채식 선택권 존중의 측면에서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채식 급식’이 제주에서도 조례 제정을 통해 올해 초 시행될 전망이다.
제주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돼 지난해 3월 출범한 ‘기후위기 대응, 제주 채식 급식 지원조례 제·개정 추진위원회’는 도의회 공개 토론회, 도교육청 간담회 등 여론 수렴 과정과 교육 프로그램 진행, 영양교사 등 관련 당사자와의 조율을 거쳐 조례 제정 초읽기에 들어갔다.
안재홍 채식급식 지원조례 제·개정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은 “빠르면 (올해) 2~3월에 이 조례가 아마 생겨날 거라고 생각한다. 채식의 정도가 어떻든 ‘하긴 해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이 조례를 통해 제주의 채식 문화가 확대될 거라고 전망한다”고 밝혔다.
제주 채식급식 지원 조례(안)은 ‘채식 선택권의 보장’과 ‘월 1회 채식급식 제공’이 핵심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한 달에 한번이라도 채식급식을 온전히 제공하고, 왜 채식을 제공하는지 제대로 교육하자는 게 조례의 기본 내용이다.
앞서 제주도교육청은 올바른 식습관 형성과 비만예방을 위해 매달 1회 이상 ‘채식의 날’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안 위원은 “도교육청에서 월 1회 채식급식을 진행하고는 있는데, 먹는 학생들이 채식급식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살펴보니 어묵탕, 계란 등 채식이라고 하기엔 문제가 많은 식단이 보였다. 메뉴가 달라지고 그 의미에 대해 설명이 되어야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현행 채식급식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이어 안 위원은 참고할 만한 채식급식 사례로 대한민국 군대의 채식 식단을 꼽았다. 군 당국은 지난해 2월부터 병역판정검사 시 ‘채식주의자’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무슬림 병사와 채식주의자에게 비건(Vegan·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 식단을 짜서 대체식을 제공해왔다.
군대에서 소수자인 채식주의자와 무슬림을 배려하는 비건식을 매 끼니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채식 선택권’ 개념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도 채식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2011년부터 ‘채식의 날’을 정해 현재 주 1회나 월 2회로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모든 초·중·고에서 △월 2회 채식식단 제공 △매일 별도의 채식식단 제공 △기존 식단에 채소 반찬 추가 등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시행하도록 했다.
울산시교육청도 지난해부터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매주 운영하고 있다. 채식을 선택한 학생은 급식에 고기 제거식이나 대체음식 등을 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시내 모든 학교에 한달에 두 차례 채식급식을 제공하고, 생태전환교육 중점·선도학교 23곳에서는 ‘그린바’를 설치해 채식 식단만 따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채식 선택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전국적으로 채식급식의 날과 채식 선택제를 도입하는 학교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건강문제와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채식을 선택하는 청소년의 권리를 인정하고, 먹거리 생태전환교육 등 교육과정과도 연계해 채식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조례 제정의 경우, 서울은 지난해 4월 ‘서울특별시 채식 환경 조성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채식급식 시행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해 5월 부산에서도 학교 채식급식 활성화 등 내용을 담은 조례가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채식식단 지원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 학교 현장의 조리 인력난 문제와 채식급식에 따른 영양소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안 위원은 “채식급식이 따로 제공되고 있지 않은 지금도 조리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인력 충원이라는 부분에 대해 좀 더 개방된 시각이 필요하다”며 “현장에서도 ‘채소만 먹어서 문제가 된 아이들은 없다. 채소를 안 먹어서 문제’라고 얘기한다. 월 1회 채식급식과 병행된 채식교육이 교육적으로 너무나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나 도교육청이 우선적으로 공공급식, 공공식당, 구내식당에서 채식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들을 필수적으로 구성해주면 채식문화 확산에 도울이 될 것 같다”며 대기업이나 관공서가 먼저 채식 선택지 개선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최근 제주도교육청이 발표한 2022년 제주미래교육 희망정책에 대해 “7가지 정책 중 6번째가 ‘기후위기 대응 지구 생태시민교육’인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기가 힘들다. 기후위기, 생태교육이 구색 맞추기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핵심 교육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며 생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