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비건김란영 대표 제주의소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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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건제주 댓글 0건 조회 6,933회 작성일 22-01-13 12:14본문
- 최윤정 기자 (yun@jejusori.net)
- 승인 2022.01.13 09:00
- 댓글 3
비건 (vegan)은 어제 오늘의 유행이 아닌 삶의 양식으로 점차 수용되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유별스럽게 봤던 지난날과 달리, 동물의 고통을 배제하기 위해,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활방식으로 실천하는 채식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다.
(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의 김란영 대표는 2008년부터 동물 학대와 착취, 기후위기,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완전 채식을 실천하고 주변에 권유해왔다. 주변에서도 그 의미에 공감하고 따라줬지만 금세 포기하곤 했다. 제주에서 채식을 하기 너무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관광하시는 분들이 제주도면 ‘청정제주’, ‘와, 정말 채식을 정말 잘할 수 있는 곳이겠지?’ 근데 와보니까 그게 아닌 거죠. 흑돼지집, 횟집만 즐비하고 사실은 채식 식당은 어디에 있는지 꼭꼭 숨어있고.”
처음 종이 비건 지도를 제작할 땐 호응이 작았지만 1년, 1년이 지날수록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늘어났다. 비건지도 제작 과정에는 일반 식당을 대상으로 비건 메뉴를 옵션으로 할 수 있도록 컨설팅, 워크숍과 서포터즈 활동도 포함해 메뉴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작년 10월 웹 형태로 만든 새로운 비건 지도(http://www.jejuvegan.com/vegan_map)에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재작년 비건지도의 두 배 정도인 85곳의 업체가 등록돼있다. 제주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공감하며 비건식당으로 전환하거나, 비건 옵션 메뉴를 추가했다는 연락을 받을 때 비건지도 제작의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85곳의 업체 가운데 완전비건 식당은 10곳, 비건 옵션 식당은 55곳, 비건 베이커리 식당은 20곳이다. 2021년 기준, 주점을 제외한 제주도 전체 식품접객업소가 약 2만 개 정도임을 감안하면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김 대표는 “올해는 100군데 이상 비건식당을 확대 발굴하는 게 목표다. 도심지 외곽에 비건 식당이 모여 있다 보니 제주 시내, 서귀포 시내에 직장인들이 좀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시내 중심으로 비건 옵션 식당을 확대시키는 것과 도시락, 밀키트 업체 등 다양한 형태의 비건 옵션을 늘려나가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흔히 비건식이 입맛에 맞지 않거나, ‘풀떼기’로 이루어진 채식 식단을 떠올리지만, 최근의 비건 식당에는 없는 게 없다고 볼 수 있다. 비건 치즈, 비건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을 대체한 디저트는 물론, 콩이나 옥수수, 글루텐을 이용한 대체 가공육 또한 고기와 비슷한 식감과 맛을 더 정밀하게 구현한다.
김 대표는 “채식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먹어왔던 습관, 입맛의 영향이 크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지점이라 생각한다”며 “육고기의 대다수가 동물의 피를 보는 좁은 공장식 축산으로 만들어진다. 대체 가공육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거의 맛이 유사하다. 가능하다면 동물의 고통이 없는, 기후의 위기를 대체할 수 있는, 자신의 건강에도 유익한 채식을 선택해주시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ㄴ비건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허선정 대표는 지속가능한 환경과 생태, 동물을 위하는 마음으로 채식을 실천해왔다.
식당을 운영하기 전 일했던 직장의 구내식당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고기가 나왔다. 자유롭게 채식을 즐기고, 행복해지자는 목표로 집 안 창고를 개조해 비건식당을 운영한 지 올해로 9년째가 됐다.
허선정 대표는 “요즘 채식에 대한 관심을 체감한다. 젊은 층들이 채식 투어로 방문해 오거나, 개별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채식은 치유의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에 나가면 맘이 동화되고 편해진다. 음식을 드릴 때 자연에 있는 것들을 함께 내어 드리는데, 그 에너지로 위로를 받고 말없이 우시던 손님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도 흐드러지는 꽃과 들풀로, 사람들이 치유되는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제주비건은 비건지도 외에도 채식 인구 증가를 위해 비건페스티벌, 제주비건학교, 비건투어, 비건챌린지 등의 기획 행사를 통해 보다 채식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김란영 대표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제주’가 제주도의 구호이자 비전이지 않나. 실제 우리의 생활 패턴과 행정, 제도는 그렇게 되고 있나. 실질적으로 정말 그런 삶이 실현되는 제주도가 됐으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도민 한 분, 한 분의 실천이 필요하다. 같이 함께 그런 방향으로 가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