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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털 패딩'을 분해해 봤다... 패딩 한 벌에 오리 15~25마리가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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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진 (182.♡.216.11) 댓글 0건 조회 283회 작성일 20-12-0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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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v.daum.net/v/20201205080003613?fbclid=IwAR02xLCY4im1AmFvHzHsUmhQtcInca5resDcePnyR2KDeLjcX3FOz1m0FE8

'오리털 패딩'을 분해해 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 입력 2020.12.05. 08:00


패딩 한 벌에 오리 15~25마리가 '비명'
오리털 패딩 하나를 먼저 뜯기로 했다. 성분 표시를 보니 오리 솜털이 75%, 오리 깃털이 25%였다. 솜털은 오리 가슴팍의 가볍고 보드라운 털이고, 깃털은 바깥 부분을 덮는 털이란다. 흔히 쓰는 덕다운(down)이란 게 솜털이 들어갔단 뜻이다. 통상 솜털과 깃털을 합쳐 만들고 비율은 패딩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리 오래 패딩을 입었는데 내용물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고작 한 벌,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오리털은 이렇게나 많았다. 눈 내린 겨울 산처럼 쌓였다. 생각보다 너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넣어야만 따뜻했을까. 창문을 활짝 연 뒤 털들을 보며 멍하니 앉아 쉬었다.
마음을 다잡고 갈색 빛바랜 거위털 패딩을 집었다. 이것도 뜯어보기로 했다. 성분 표시를 보니 거위 솜털이 90%, 깃털이 10%였다. 모자엔 라쿤(너구리) 털도 달렸다.
거위털 패딩은 털이 더 많이 나왔다. 롱패딩이 아님에도 그랬다. 목을 감싸는 부분과 모자까지 거위털이 촘촘하게 들어 있었다. 이래서 따뜻했구나 싶었다. 잘 모를 땐 그냥 좋았었다. 가르고 꺼내고, 또 가르고 다시 꺼냈다. 고된 작업이었다.
빵빵했던 패딩은 그러는 새 홀쭉해졌다. 대신 왼편엔 거위털 한 무더기가 쌓였다. 털 무더기 안에 손을 넣었다. 따뜻했다. 난데없이 털을 뜯겼을 거위들을 생각했다. 서글펐다. 따뜻한데 슬픈 기분은 처음이라 낯설었다.
이 많은 털은 오리와 거위가 내지른 무수한 비명으로 만들어졌다. 전 세계 오리털과 거위 털의 80%가 중국에서 생산된단다.
그리 살아 있는 거위 털을 강제로 뽑는다. 여러 번 얻을 수 있고, 상태가 좋아서다. 빠르게 손이 지나갈 때마다, 거위는 아파서 비명을 지른다. 날카롭고 절박한 고음이다. 가슴팍의 연한 솜털이 뽑혀 눈물방울처럼 흩날린다. 날개를 애처롭게 퍼덕이지만, 자비도 멈춤도 없다.
생털이 뽑힌 고통이 끝난 뒤에야 바닥에 풀려난다. 가슴팍은 털이 뭉텅이로 빠져 시뻘건 살갗이 드러났다. 피부가 찢어지고 상처가 났다. 이게 끝이 아니다. 생후 10주째부터 6주마다 손으로 잡아 뜯는다. 알 낳는 거위는 최소 5번, 최대 15번까지 고통을 겪다 죽임을 당한단다.
그리고 다시 눈앞에 놓인 거위털과 오리털을 봤다. 패딩 한 벌에 15~25마리의 가슴털이 들어간다. 새삼 다시 어루만졌다. 흩날리는 털 무더기가 앙칼진 비명처럼 보였다. 고통을 달래듯 천천히 어루만졌다. 쉬이 잠잠해지지 않았다.
에필로그(epilogue).
찰흙으로 오리를 만들었다. 실제 크기(50~60cm)와 똑같이.
초등학교 이후 처음이라 적잖게 서툴렀다. 한 시간 넘게 걸렸다. 그러는 동안 오리를 생각했다. 어설프게나마 비슷하게 만들어졌다.
패딩서 꺼낸 털을 흙빛 오리에게 살포시 붙였다. 제자릴 찾아가는 거였다. 다 붙이고도 털이 산더미처럼 남았다. 왜 그리 많이 뽑았는지 모르겠다.
하얗고 보드라운 털로 채워진 오리를 쓰다듬었다. 찢어진 상처를 보듬듯이. 혹여나 내가 더 추워도 네가 따뜻하면 좋겠다고. 많이 아팠겠다고.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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