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고기 없이 못 산다"는 아이들... 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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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진 (182.♡.216.11) 댓글 0건 조회 4,528회 작성일 20-09-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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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v.daum.net/v/20200910073901423


시위지만 수업의 연장 
 
▲ 등굣길 교문에서의 1인 시위 단 한 사람이라도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매일 아침 1시간 30분의 수고로움도 너끈히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 서부원
 
지난주부터 교문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오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손수 제작한 피켓을 들고 등교하는 아이들과 태워주는 학부모, 출근하는 동료 교사들을 맞이하고 있다. 비록 아침 시간이지만, 마스크를 쓴 채 정면의 따가운 햇볕을 마주하는 건 만만치 않은 고역이다.

조금 불편하게 살자고 말 건네려는 뜻이니, 그 정도 수고는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고통이, 무심코 사용한 종이컵과 점심시간 배불리 먹은 고기반찬 때문이라는 걸 공감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시위가 아닌, 수업의 연장이라 여기고 있다.

피켓의 글귀도 요일마다 달리할 참이다. 무엇보다 글귀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짧고 선명하되, 지나치게 '꼰대스러워도' 안 되고, 보는 이에게 불쾌함을 주는 것도 피해야 한다. 사진이나 그림을 삽입하는 것도 좋지만, 거리가 멀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첫 번째 피켓에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 인류에게 22세기는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 뭐라도 합시다!"라고. 수긍하는 이가 있다면, 오늘 하루 '뭐라도' 실천할 것이다. 하다못해 단 하루만이라도 종이컵을 안 쓰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교문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첫날, 점심 메뉴로 돼지고기 수육에 보쌈김치, 순대, 된장국이 나왔다. 20년 넘게 채식을 해온 나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1년 365일 고기반찬으로 채워지는 아이들의 급식이 이대로 괜찮은지 의문이 든다.

타워 스테이크, 삼겹살 구이, 치킨 스테이크 파스타, 목살 필라프, 숯불 치밥 등 급식의 메인메뉴는 죄다 고기다. 고기가 없으면 아예 점심을 먹지 않는 아이들 때문이다. 학교에서 용의와 복장, 태도 등 모든 분야의 생활지도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급식 지도만은 예외인 셈이다.

"아마존 밀림이 죄다 불타도 살 수 있지만, 하루라도 고기를 먹지 않으면 저흰 못 살아요."

목초지로 만들기 위해 하루에만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가까운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는 뉴스에, 다수의 아이가 보인 반응이다. 아마존을 걱정하기에는 고기의 맛이 너무나 강렬하다는 거다. 아침마다 피켓을 드는 건, 결국 아이들의 식성 또한 교육의 문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기후 위기를 말이나 글이 아닌 몸으로 실감할 때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 확신한다. 의지가 부족해 실천을 미루고 있을 뿐, 고기 맛을 잊지 못하는 아이들과 종이컵의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가슴 속에도 '그레타 툰베리'는 꿈틀대고 있을 것이다. 1인 시위는 오늘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