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애니멀피플/ 김지숙 기자> 삐쩍 말라 죽을 날 기다리던 10살 경주마, 미국으로 구조됐다. > 언론보도/자료실

본문 바로가기

<한겨레/ 애니멀피플/ 김지숙 기자> 삐쩍 말라 죽을 날 기다리던 10살 경주마, 미국으로 구조됐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비건제주 (59.♡.99.249) 댓글 0건 조회 44회 작성일 25-02-25 13:21

본문

[단독] 삐쩍 말라 죽을 날 기다리던 10살 경주마, 미국으로 구조됐다

애니멀피플
갈비뼈 드러낸 채 방치됐던 ‘골든 미니스터’ 미국으로
피타 “한국 경주마들 ‘오징어 게임’보다 더 가혹한 현실”

김지숙기자
  • 수정 2025-02-24 16:08
  • 등록 2025-02-24 14:14
기사를 읽어드립니다
4:30기사 읽어주기 재생
볼륨 조절 바 열기
지난해 10월 충남 공주시 한 무허가 목장에서는 10여 마리 말들이 굶주리거나 병든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상태였던 ‘골든 미니스터’의 모습. 말복지수립대책위원회 제공
지난해 10월 충남 공주시 한 무허가 목장에서는 10여 마리 말들이 굶주리거나 병든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상태였던 ‘골든 미니스터’의 모습. 말복지수립대책위원회 제공

‘공주 폐마 목장’에서 굶주린 채 방치됐던 퇴역 경주마가 미국에 입양돼 새 삶을 살게 됐다. 국내 경마 산업에 이용되다 미국으로 간 사례는 지난해 도축 직전 구조돼 ‘고향’으로 돌아간 퇴역 경주마 ‘늘봄’에 이어 두 번째다.

24일 동물권단체 ‘제주비건’과 국제동물권단체 ‘피타’(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는 지난해 10월 충남 공주의 한 무허가 축사에서 발견된 퇴역 경주마 ‘골든 미니스터’(10살)가 북미 최대 경주마 수출기업인 스트로나흐 그룹(The Stronach Group)이 운영 중인 미국 플로리다의 ‘아데나 스프링스’(Adena Springs) 목장으로 지난 1월24일 이동했다고 밝혔다.

‘공주 폐마 목장’에 굶주린 채 방치됐던 퇴역 경주마 ‘골든 미니스터’(왼쪽)가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주 오캘라의 ‘아데나 스프링스’ 목장으로 입양됐다. 피타 제공
‘공주 폐마 목장’에 굶주린 채 방치됐던 퇴역 경주마 ‘골든 미니스터’(왼쪽)가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주 오캘라의 ‘아데나 스프링스’ 목장으로 입양됐다. 피타 제공

앞서 충남 공주의 무허가 축사에서는 골든 미니스터를 포함한 말 10여 마리가 굶주리거나 병든 채 발견됐다. 말들은 경마·승마 등에 이용되다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자 이곳에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잘린 말의 꼬리나 백골화된 머리뼈가 발견되는 등 불법 도축의 정황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골든 미니스터 또한 물·사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었고, 정부가 경주마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누리집인 ‘말 산업 정보 포털’에서는 이미 폐사한 것으로 처리돼 있었다.

광고
지난해 10월 충남 공주시 한 무허가 목장에서는 10여 마리 말들이 굶주리거나 병든 채 발견됐다. 말복지수립대책위원회 제공
지난해 10월 충남 공주시 한 무허가 목장에서는 10여 마리 말들이 굶주리거나 병든 채 발견됐다. 말복지수립대책위원회 제공

단체들 설명을 들어보면, 공주 폐마 농장 말 방치 학대사건을 접한 피타가 제주비건에 말들의 등록 정보 확인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골든 미니스터가 과거 스트로나흐 그룹이 소유했던 암말 ‘어라우저’(Arouser)의 자마라는 것이 드러났다. 스트로나흐 그룹은 이 소식을 접하고 골든 미니스터를 구조하기로 결정했다.

스트로나흐 그룹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모든 말은 존엄성을 지닌 존재이며, 경주가 끝난 후에도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며 “평생 안락한 삶을 보장받아야 할 은퇴 경주마들이 비참한 환경에 방치되거나 불법 도축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골든 미니스터는 우리가 소유했던 경주마의 후손으로, 아데나 스프링스에서 여생을 책임지고 돌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고
광고

지난해 2월에도 스트로나흐 그룹과 피타·제주비건은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 앞에서 도축 직전 구조된 17살 경주마 ‘마이 일루시브 드림’(늘봄)을 구조한 바 있다. 현재 골든 미니스터와 마이 일루시브 드림은 모두 아데나 스프링스 목장에서 지내고 있다. 피타는 이번 구조 과정에서 골든 미니스터의 출국 전 재활·치료·검역 비용 등을 지원했고, 스트로나흐 그룹은 미국행 항공·육상 비용 전액을 부담했다.

‘공주 폐마 목장’에 굶주린 채 방치됐던 퇴역 경주마 ‘골든 미니스터’가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주 오캘라의 ‘아데나 스프링스’ 목장으로 입양됐다. 피타 제공
‘공주 폐마 목장’에 굶주린 채 방치됐던 퇴역 경주마 ‘골든 미니스터’가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주 오캘라의 ‘아데나 스프링스’ 목장으로 입양됐다. 피타 제공
지난해 2월에도 스트로나흐 그룹과 피타·제주비건은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 앞에서 도축 직전 구조된 17살 경주마 ‘마이 일루시브 드림’(늘봄)을 구조한 바 있다. 지난해 아데나 스프링스에서 안정을 되찾은 마이 일루시브 드림 모습. 피타 제공
지난해 2월에도 스트로나흐 그룹과 피타·제주비건은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 앞에서 도축 직전 구조된 17살 경주마 ‘마이 일루시브 드림’(늘봄)을 구조한 바 있다. 지난해 아데나 스프링스에서 안정을 되찾은 마이 일루시브 드림 모습. 피타 제공
지난해 2월에도 스트로나흐 그룹과 피타·제주비건은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 앞에서 도축 직전 구조된 17살 경주마 ‘마이 일루시브 드림’(늘봄)을 구조한 바 있다. 지난해 아데나 스프링스에서 안정을 되찾은 마이 일루시브 드림 모습. 피타 제공
지난해 2월에도 스트로나흐 그룹과 피타·제주비건은 제주시 애월읍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 앞에서 도축 직전 구조된 17살 경주마 ‘마이 일루시브 드림’(늘봄)을 구조한 바 있다. 지난해 아데나 스프링스에서 안정을 되찾은 마이 일루시브 드림 모습. 피타 제공

피타는 “한국에서는 해마다 1400여 마리의 경주마가 은퇴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골든 미니스터와 마이 일루시브 드림과 같은 말들이 방치·학대 받으며 반려동물 사료로 도축될 위험에 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주마들은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보다 더 가혹한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드라마 속 참가자는 살아남으면 상금을 받지만, 위험한 경주를 마친 말들은 자신이 벌어들인 상금조차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피타는 수년 전부터 농림축사식품부와 한국마사회가 은퇴 경주마들의 벌어들인 상금의 3%를 ‘경주마 복지기금’으로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광고

한편,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말 복지의 현주소와 과제 좌담회’에서는 공주 폐마 목장에서 구조된 말들의 입양 현황이 전해졌다. 15마리 가운데 14마리가 입양처를 찾았지만, 마지막 남은 한 마리 ‘유니콘’(25살)은 아직 임시보호처에 남아있다. 이에 말복지수립대책위원회는 제주도청·한국마사회제주본부와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날 한국마사회 말등록복지센터에 유니콘의 ‘마사회 제주 목장’ 이전을 공식 요청했다.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마을공동목장을 대상으로 ‘퇴역 경주마 휴양 목장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소위 폐마목장 사건은 한국 말 산업 구조의 단적인 문제를 보여준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말 복지에 기초가 되는 말 이력제 의무화의 빠른 도입과 경마 산업 이익의 일부를 말 복지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