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원소정 기자> “돌봄 대상 아닌 주체적 생명체로” 제주 고양이도서관이 주는 의미 > 언론보도/자료실

본문 바로가기

<제주의소리/ 원소정 기자> “돌봄 대상 아닌 주체적 생명체로” 제주 고양이도서관이 주는 의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비건제주 (221.♡.15.123) 댓글 0건 조회 268회 작성일 24-08-18 17:49

본문

“돌봄 대상 아닌 주체적 생명체로” 제주 고양이도서관이 주는 의미

  • 기자명 원소정 기자   
  •  입력 2024.08.18 16:14 
  •  댓글 0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SNS 기사보내기

[인터뷰] 김란영 고양이도서관 추진위 위원장
기금 마련 위해 19~24일 제주 일원서 예술제

김란영 고양이도서관 추진위원회위원장(제주비건 대표)이 지난 16일 제주 시내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양이도서관 기금 마련을 위한 예술제를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란영 고양이도서관 추진위원회위원장(제주비건 대표)이 지난 16일 제주 시내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양이도서관 기금 마련을 위한 예술제를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동물보호라 하면 인간이 주체고, 동물은 대상이 되는 거죠. 하지만 지구 전체 구성원으로 보면 동물은 보호의 대상이 아닌, 존중의 대상이 돼야 해요. 고양이도서관만큼은 동물이 공간의 주체가 되고, 인간은 서포트하는 곳이 될 겁니다”

제주에서 인간의 보호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유기·유실 동물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할 ‘고양이 도서관’ 건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기금 마련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축제가 준비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란영 고양이도서관 추진위원회위원장(제주비건 대표)은 최근 제주 시내 한 카페에서 진행된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케이지를 벗어나 자유롭게 뛰노는 동물, 그 옆에는 누구나 와서 즐겨볼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꽂혀있을 것”이라며 “동물에게는 새로운 안식처를, 인간에게는 동물 존중에서 더 나아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는 곳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양이도서관은 지난해 3월 마라도에서 반출된 고양이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마라도 고양이는 지난해 3월 멸종위기종인 뿔쇠오리를 해친다며 마라도에서 쫓겨나 제주시 조천읍 세계자연유산센터에 마련된 임시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지만 해당 시설의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새 보금자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마라도에서 나온 고양이 45마리(1마리 사망) 중 26마리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생활 중인 마라도 고양이.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읍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생활 중인 마라도 고양이. ⓒ제주의소리

이에 제주동물권행동 나우는 제주시의 ‘민간동물보호시설 환경개선사업 지원 사업’을 통해 고양이도서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고양이도서관을 고양이뿐 아니라 강아지 등 유기·유실된 다양한 동물들이 지내는 보금자리이자 동물권, 비건 관련 도서를 함께 구비한 작은도서관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예산은 국비(20%), 도비(50%), 융자(20%), 자비(10%) 등을 포함해 총 3억6000만원 규모다. 모금 시작 한달 만에 5000만원이 모였을 정도로 동물애호가들의 관심이 뜨겁지만, 여전히 예산이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기금 마련을 위해 고양이도서관 추진위원회는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고양이예술제를 엿새간 개최한다. 예술제에는 고양이 집사로 알려진 가수 강산에, 다양한 공연팀과 더불어 동물애호가들이 참여한다.

제주시 조천읍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생활 중인 마라도 고양이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읍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생활 중인 마라도 고양이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특히 이튿날 제주도의회에서 열리는 ‘제주도 동물보호·복지조례 개정 토론회’와 마지막 날 제주관광대학교에서 개최되는 ‘고양이 음악회’가 이번 예술제의 하이라이트다.

김 위원장은 “마라도 고양이는 고향에서 쫓겨났기에 불행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돌봄 받고 있기에 행운이다”이라며 “그렇지 않은 유기·유실 동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예술제를 준비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항상 무거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제주의 동물보호 조례는 동물복지위원회의 신설이라든지, 길고양이에 대한 종합적인 보호 관리 내용이 모두 빠지면서 타지역에 비해 수준이 확연히 낮다”며 “이번 토론회에서는 종합적인 동물보호 대책 마련을 위한 제언이 오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마라도 고양이와 달리 보호받지 못하는 다수의 동물을 위해서는 제도 변화가 꼭 뒤따라야 한다”며 “동물권에서 꾸준히 내는 제도 변화 목소리에 시민들이 응원을 보태준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고양이음악회에는 이번에도 가수 강산에가 무대에 오른다. 강산에는 지난해 12월 마라도고양이 입양·임시보호를 위한 가면무도회에서도 멋진 공연을 펼치며 감동을 선사했다.

이밖에도 풍물굿패 신나락, 블루꾸 뺄라지다, 케이트 작가의 자작 동화 낭독, 리코키즈(어린이 댄스), 알로하우쿠룰루, 클라리넷 듀엣(발달장애인 연주), 제주브라스퀀텟(관악기 앙상블), 카론 플롯 앙상블, 아코디언 독주, 전찬준, 양양 등 모두 12팀의 공연이 꾸며진다.

김 위원장은 “고양이도서관 계획하면서부터 ‘제대로 운영되겠느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위와 같이 조건없이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있기 때문.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시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시민들 덕분에 더더욱 고양이도서관을 잘 운영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이번 음악회는 그들에게 신나는 공연으로 보답하는 동시에, 다시 힘을 얻어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의소리
고양이예술제 행사 중 하나인 고양이·동물존중 그림 경연대회에 출품된 그림들. ⓒ제주의소리

김 위원장은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십시일반 준비한 이번 예술제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제주도는 유기 동물 발생률과 안락사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입양률은 가장 저조하고, 전국을 들썩였던 동물학대 사례가 유독 많은 지역”이라며 “마라도 고양이 역시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마라도에 들어갔다 가해동물로 낙인찍혀 쫓겨난 것이다. 어쩌면 생명경시가 가장 팽배한 지역이 제주일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도 살기 어려운데’라고 생각하기보다 ‘사람이 힘들면 동물은 얼마나 더 힘들까’라고 공감하며 갈 곳 없는 마라도 고양이를 제주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따뜻하게 바라보고 함께 돌봐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그래야 전국의 시민들이 제주를 달리 보게 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의 힘이 합쳐진 고양이 예술제를 통해 이러한 메세지가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