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유주희기자> 4년 후 절반은 폐사…경마는 '동물학대'입니다[지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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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건제주 (14.♡.100.150) 댓글 0건 조회 1,257회 작성일 23-12-11 19:09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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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으로 출발한 한국 경마···성적 저조하면 아파도 방치
승마·마차 체험용 말 관리 기준 전무···'이력제' 시급한 이유
[서울경제]
※기사 내 링크는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극 찍다 죽은 퇴역 경주마 '까미'의 이야기 이후, 경주마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 분들 계실 겁니다. 얼마 전에는 동물자유연대가 국내 최초로 승마체험장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제주도 승마체험시설에서 말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기사로 읽기) 알고 나면 반드시 승마체험을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말의 평균 수명은 보통 25년인데 경주마들은 4년 가량 고된 훈련과 시합이 끝나면 승마체험, 마차체험을 위해 20여년을 이용당합니다.
그 과정에서의 고통스럽고 불편한 이야기들을 제주비건(인스타그램 계정) 김란영 대표님께 여쭤봤습니다. 김 대표님은 오랫동안 퇴역마를 비롯한 동물권을 위해 싸워온 분입니다.
▲지구용 : 말 경주 자체도 학대인 이유,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란영 대표 : 말들은 경주를 위해 숨이 턱턱 막히는 고된 훈련을 받습니다. 경주마로 개량된 서러브레드 종은 다리가 워낙 얇아서 질주하다 다리가 부러지는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성적이 저조한 말은 부상 당하거나 병들었을 때 치료 없이 방치해서 폐사시키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말 다리를 부러뜨려서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 사례도 있다고 하고요. '이 경주마가 돈이 되느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해외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경마산업 자체를 폐지하자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말 이력 관리 제도가 아주 잘 돼 있고, 홍콩과 미국은 말 도축이 금지돼 있습니다.
김 대표님은 "우리나라와 외국은 경마 산업의 출발 지점부터가 달랐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해외의 경우 귀족 가문들이 가문의 전통이나 축제처럼 경마를 시작했고, 그래서 말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컸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처럼 거금이 오가는 경마 산업으로 성장한 거고요. 반면 우리는 일본 식민지 시절에 세수 확대를 위한 산업으로 출발했습니다. 김 대표님은 "한국의 경마 산업은 생명이 없는, 철저히 돈으로 움직이는 산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퇴역 경주마들이 매년 1400마리가 넘는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더 이상 상금을 못 벌어오는데 매월 100만, 200만원씩 관리비가 드니까 퇴역시킨다고요. 퇴역 후 보통 어떤 삶을 살게 됩니까?
승리한 말들조차 삶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2017~2021년 사이 7110마리 가량 퇴역했는데, 이 중 폐사가 58%였습니다. 그 이유는 확인할 수 없고요. 승마용으로의 용도 전환은 28%, 번식용은 11%, 그리고 나머지는 '용도 미정'이었습니다. 한 번 신고하고 나면 의무적으로 갱신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용도 미정'인 채로 사라져버립니다.
현역 경주마일 때는 그래도 관리도 받고 가치를 인정받죠. 퇴역 이후에는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합니다. 도축장으로 보낼 때 도축 사유를 체크하도록 돼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 도축하는지 구분 없이 '폐사'라고만 하면 끝입니다. 조금 극단적인 사례지만, 마을 주민들끼리 말을 잡아먹는 불법 도축도 있어요.
▲승마 체험, 마차 체험에 동원되는 말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관리 기준이란 게 없죠. 예를 들어 말들이 머무는 공간에는 깔짚 등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런 곳은 그냥 시멘트 바닥입니다. 마차를 끄는 말들은 물도 사료도 안 줍니다. 마차를 끌다가 대소변을 볼 수 있으니까요. 땡볕에 세워두는 건 당연하고요. 동물 학대인데 불법은 아닌 지점입니다. 법을 만들어야 학대를 제지하고 없앨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제도로 말들의 복지를 보장해줄 수 있을까요?
이력 등록제 같은 관리 체계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경마 역사만 해도 벌써 101년인데 말 존중은 고사하고 관리, 보호하는 법 자체가 없습니다. 한 해에 1350마리가 태어나는데 이 중 900마리 정도는 경주마가 됩니다. 나머지 400마리가 어찌 되는지는 알 길이 없고요. 경주마는 이름도 있고 사랑받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돈벌이를 위한 화려한 수식에 불과합니다.
경마산업을 이끄는 마사회에서 이력제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관련 법안 제정도 마사회에서 반대해왔고요. 대신 지역 농협과 연계해서 2027년까지 퇴역 경주마 10마리를 보호하겠다는데, 너무 하찮은 규모 아닙니까. 당장 경마산업을 없앨 수는 없으니 퇴역 경주마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자는 건데 고작 보여주기 식의 대책만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안타까움과 씁쓸함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인터뷰 중 "말들은 인내심이 너무나 강하고 착해서 그렇다"는 대표님 말씀이 가장 마음 아팠습니다. 말은 정말 순하고 착해서, 죽을 만큼의 고통도 견뎌낸다는 겁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런 말들을 철저히 이용해왔습니다.
혹시나 승마 체험, 마차 체험을 원하는 지인이 있다면 꼭 말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알리고 관심을 갖다 보면 말들도 아주 조금씩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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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마차 체험용 말 관리 기준 전무···'이력제' 시급한 이유
지난 11월 제주도에서 도축 직전 구조된 퇴역 경주마 '늘봄(하얀 녀석)'. /이하 사진제공=제주비건
[서울경제]
※기사 내 링크는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극 찍다 죽은 퇴역 경주마 '까미'의 이야기 이후, 경주마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 분들 계실 겁니다. 얼마 전에는 동물자유연대가 국내 최초로 승마체험장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제주도 승마체험시설에서 말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기사로 읽기) 알고 나면 반드시 승마체험을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말의 평균 수명은 보통 25년인데 경주마들은 4년 가량 고된 훈련과 시합이 끝나면 승마체험, 마차체험을 위해 20여년을 이용당합니다.
그 과정에서의 고통스럽고 불편한 이야기들을 제주비건(인스타그램 계정) 김란영 대표님께 여쭤봤습니다. 김 대표님은 오랫동안 퇴역마를 비롯한 동물권을 위해 싸워온 분입니다.
다리가 부러지도록 뛰는 말들
▲지구용 : 말 경주 자체도 학대인 이유,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란영 대표 : 말들은 경주를 위해 숨이 턱턱 막히는 고된 훈련을 받습니다. 경주마로 개량된 서러브레드 종은 다리가 워낙 얇아서 질주하다 다리가 부러지는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성적이 저조한 말은 부상 당하거나 병들었을 때 치료 없이 방치해서 폐사시키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말 다리를 부러뜨려서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 사례도 있다고 하고요. '이 경주마가 돈이 되느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해외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경마산업 자체를 폐지하자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말 이력 관리 제도가 아주 잘 돼 있고, 홍콩과 미국은 말 도축이 금지돼 있습니다.
◇시작부터 달랐던 경마 산업
김 대표님은 "우리나라와 외국은 경마 산업의 출발 지점부터가 달랐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해외의 경우 귀족 가문들이 가문의 전통이나 축제처럼 경마를 시작했고, 그래서 말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컸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처럼 거금이 오가는 경마 산업으로 성장한 거고요. 반면 우리는 일본 식민지 시절에 세수 확대를 위한 산업으로 출발했습니다. 김 대표님은 "한국의 경마 산업은 생명이 없는, 철저히 돈으로 움직이는 산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퇴역 경주마들이 매년 1400마리가 넘는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더 이상 상금을 못 벌어오는데 매월 100만, 200만원씩 관리비가 드니까 퇴역시킨다고요. 퇴역 후 보통 어떤 삶을 살게 됩니까?
승리한 말들조차 삶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2017~2021년 사이 7110마리 가량 퇴역했는데, 이 중 폐사가 58%였습니다. 그 이유는 확인할 수 없고요. 승마용으로의 용도 전환은 28%, 번식용은 11%, 그리고 나머지는 '용도 미정'이었습니다. 한 번 신고하고 나면 의무적으로 갱신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용도 미정'인 채로 사라져버립니다.
현역 경주마일 때는 그래도 관리도 받고 가치를 인정받죠. 퇴역 이후에는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합니다. 도축장으로 보낼 때 도축 사유를 체크하도록 돼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 도축하는지 구분 없이 '폐사'라고만 하면 끝입니다. 조금 극단적인 사례지만, 마을 주민들끼리 말을 잡아먹는 불법 도축도 있어요.
물과 사료를 주지 않는 이유
퇴역 경주마들에게 당근을 나눠주고 있는 김 대표님.
▲승마 체험, 마차 체험에 동원되는 말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관리 기준이란 게 없죠. 예를 들어 말들이 머무는 공간에는 깔짚 등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런 곳은 그냥 시멘트 바닥입니다. 마차를 끄는 말들은 물도 사료도 안 줍니다. 마차를 끌다가 대소변을 볼 수 있으니까요. 땡볕에 세워두는 건 당연하고요. 동물 학대인데 불법은 아닌 지점입니다. 법을 만들어야 학대를 제지하고 없앨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제도로 말들의 복지를 보장해줄 수 있을까요?
이력 등록제 같은 관리 체계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경마 역사만 해도 벌써 101년인데 말 존중은 고사하고 관리, 보호하는 법 자체가 없습니다. 한 해에 1350마리가 태어나는데 이 중 900마리 정도는 경주마가 됩니다. 나머지 400마리가 어찌 되는지는 알 길이 없고요. 경주마는 이름도 있고 사랑받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돈벌이를 위한 화려한 수식에 불과합니다.
경마산업을 이끄는 마사회에서 이력제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관련 법안 제정도 마사회에서 반대해왔고요. 대신 지역 농협과 연계해서 2027년까지 퇴역 경주마 10마리를 보호하겠다는데, 너무 하찮은 규모 아닙니까. 당장 경마산업을 없앨 수는 없으니 퇴역 경주마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자는 건데 고작 보여주기 식의 대책만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안타까움과 씁쓸함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인터뷰 중 "말들은 인내심이 너무나 강하고 착해서 그렇다"는 대표님 말씀이 가장 마음 아팠습니다. 말은 정말 순하고 착해서, 죽을 만큼의 고통도 견뎌낸다는 겁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런 말들을 철저히 이용해왔습니다.
혹시나 승마 체험, 마차 체험을 원하는 지인이 있다면 꼭 말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알리고 관심을 갖다 보면 말들도 아주 조금씩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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