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애담] (52) 돌아갈 곳 없는 마라도 고양이 위한 입양센터 마련해야
문화재청에서 주관했던 ‘마라도 고양이 반출을 위한 1, 2차 협의체’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공존’이다. ‘귀에 피가(?) 날 정도다’는 아마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일 거다. 그렇게 공존을 외쳤지만, 마라도 고양이 반출 전체 과정에서 그들은 퇴출의 대상이었지 공존의 대상으로 존중받지 못했다.
마라도 고양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돌이켜보면 뿔쇠오리 피해의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됐을 뿐, 그들이 천연기념물도 아니고 멸종위기종이 아니라는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천연기념물이라 용어를 만든 것도 사람이고 동·식물의 멸종위기의 대부분 원인을 제공하는 것도 사람인데, 약속이나 하듯 그 부분은 긴 침묵을 지키면서 엄한 고양이만 잡은 꼴은 아닌지 모르겠다.
마라도 고양이 입장에서는 억울할 지경이다. 숨을 쉬고 살다 보니 또 태어나보니 마라도인데 갑작스레 고향에서 쫓겨났으니 말이다.
마라도에서 고양이가 반출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다. 세계유산본부 보호시설에서 지금은 45마리 중 40마리가 살고 있다.
사람과 가까이하길 좋아하는 고양이 10마리 중 ‘소리’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는 입양을 전제로 임시 보호 중이다. 네 마리는 입양처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로 임시 보호 중이고, 나머지 고양이들은 처음보다 조금은 넓은 케이지에서 순치 과정을 거치고 있다.
보호시설의 몇몇 고양이는 마당에서 산책도 하고 마라도와는 다른 익숙하지 않은 바람을 맞기도 한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마라도 고양이가 마당에서 온종일 자유롭길 바라지만 그렇게 되면 순치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양이 힘들고 만약 입양되어도 사람을 여전히 경계해서 파양될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몇 번이나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마음의 문은 더욱 꽁꽁 닫게 되어 결국 그들의 삶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마라도 고양이 모두를 입양시킬 계획으로 순차적으로 입양을 진행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사고 파양 등 고양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위험한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마라도의 고양이가 아니다. 돌아갈 곳이 없다. 120평(396.6㎡) 보호시설에 컨테이너 3동, 케이지 2개, 그곳이 그들이 머무는 장소이다.
고양이를 돌보며 가장 아쉬운 건 문화재청의 변화이다.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반출시킬 때는 법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긴급조치에 긴급명령까지 내리더니 원하는 결과를 얻더니 이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뿔쇠오리만큼 고양이도 존중한다”고 했던 협의체 회의를 주관했던 관계자는 문화재청 직원들이 마치 모든 마라도 고양이를 입양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금은 입양 문의는커녕 단 한 사람도 고양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조차 묻지 않는다.
마라도 고양이가 자연사할 때까지 돌본다던 사람들이 아니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야 생명으로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생명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마라도 고양이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던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시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애초에 관심도 없던 마라도 고양이가 자연사할 때까지 돌보지는 않아도 그들이 누군가의 벗으로,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게 안전한 장소에서 고양이가 사람에게 다가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우리가 고양이를 기다릴 차례다. 지난 과정은 그렇지 못했지만, 다시 시작하는 공존은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하길 바란다. 지금의 상황을 만든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그동안 말해왔던 ‘공존’의 시험대는 지금부터이다.
#김란영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동물권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www.jejuvegan.com ) 대표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UN의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에서 제시하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대한 핵심적인 정책인 육류와 유제품 소비의 문제점과 최상의 기후 해결책으로 빠르며, 쉽고, 경제적이고, 건강한 비건 식단(완전채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현재 구조 및 유기견 11마리와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