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애담] (50) 올해 제주의 동물은 행복했을까?
‘제주의 동물은 행복했을까?’라는 물음보다 ‘아직 살아있지?’라는 말이 더 맞는지 모른다. 2022년 전국적으로 이목이 쏠린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제주도는 동물지옥이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다.
시민에 알려진 동물학대 사건만이 아니다. 방류 실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족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 방류(?), 매각 기준과 후속 관리 체계 없는 제주마 공개 매각, 퇴역 경주마 불법도축 등 제주도 동물의 삶은 더욱 황폐해지고 있으나 제주도의 대책은 아득하기만 하다.
1. 팔다리 묶이고, 생매장 당하고, 화살이 관통되는 동물 학대가 만연한 제주도
지난 4월, 입과 발이 꽁꽁 묶인 채 발견되었던 강아지 ‘주홍이’에 이어 가족의 손에 생매장 당했던 푸들 강아지 ‘베리’, 화살이 몸을 관통하여 발견된 ‘천지’ 모두 제주도에서 일어난 동물학대 사건이다.
알려진 사건 외에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한 백구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폭행한 사건, 집 앞에서 놀다가 어디론가 끌려가서 열흘 만에 나타나 온몸에 열군데 이상 구멍이 뚫렸던 누렁이, 지난 19일 제주시 한림읍 주택에서 털 뭉치가 뜯긴 채 피를 토하며 죽은 고양이 등 잔인하고 지속적인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나 제주도는 동물학대 예방 시스템 구축은 물론이고 예방을 위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2. 제주도 ‘민관학 자문위원회’는 ‘동물학대 예방 시스템’ 구축해야
11월 18일 제주도는 생명존중, 동물 보호 및 복지 향상을 위해 민간단체와 학계가 참여하는 ‘동물 보호 및 복지 민관학 정책자문단’을 개최했다. 제주도의 동물복지정책 추진 상황과 2023년도 동물보호 예산 및 관련 사업 추진계획에 대해 동물단체 활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정책 공유가 이뤄졌다.
자문위원회는 제주도에서 잔인하고 계속해 발생하는 동물학대 사건에서 비롯됐다. 그렇기 때문에 포괄적이고 형식적인 논의보다는 실제 동물학대 예방을 주요 내용으로 담을 수 있어야 하며 변화 또한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제주도에서 제시한 정책을 공유하고 그에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동물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3. 썩은 음식물 먹이며 개농장 용인하는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그리고 제주도
제주도는 지난 10월에 제주도자치경찰단, 동물방역과, 행정시 인허가 행정부서와 함께 도내 39곳 개 사육농장을 대상으로 합동 점검을 벌이고 건축 위반 사항은 원상복구 명령, 환경 위반 사항은 과태료 고발, 자치경찰단에서는 입건된 사항 3건에 대해 수사 중이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식용 개농장’을 운영하는 나라다. 동물보호법, 가축전염병예방법, 사료관리법, 식품위생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폐기물관리법, 가축분뇨법 등 개농장은 무법천지임에도 불구하고 농림부 식약처 환경부 등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제주도가 개농장 점검에 나서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제주도는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대규모뿐만 아니라 소규모까지 포괄하는 개농장 불시 점검, 공공기관 개식용 금지 캠페인, 제주도 개식용 문화 종식 제도 마련, 식용개 없는 반려동물 친화마을 조성 등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유기동물과 동물학대가 없는 제주는 불법 개농장 철폐와 개식용 문화 종식 그리고 강아지 공장 등 근본적 문제가 해결돼야 가능하다.
4. 고의숙 교육의원 ‘동물사랑교육에 관한 조례안’ 발의
제주도의회 고의숙 교육의원(제주시 중부)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동물사랑교육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고 의원은 최근 5년간 제주도내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동물학대 수법과 잔혹성 또한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다.
이를 위해 10월 1일 고의숙 교육의원이 주관하는 제1회 교육정담회에서 “동물사랑 교육을 통한 생명존중 인성 함양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유기동물없는제주네트워크’ 활동가, 방송작가, 일선 학교 교사 등 10여 명이 참석해 진행했다.
교육정담회에서 청소년기의 잘못된 동물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성인기의 범죄 행위로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청소년기의 생명 존중과 배려에 대한 올바른 동물권 교육이 학생들의 정신적인 성숙은 물론 자아존중감도 높여줄 수 있음에 깊은 공감을 하며 정담회를 마무리했다.
5. 퇴역 경주마 등 말 불법 도축, 기준 없는 제주마 공개 매각, 제주도가 ‘말의 고장’ 맞나요?
11월 29일 서귀포 안덕면 서광리 들판에서 퇴역 경주마 등 7마리 말 중 5마리는 이미 도축이 됐고 2마리 임신한 말은 도축 직전에 구조됐다. 제주도의 말 불법 도축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퇴역한 경주마들에 ‘저 말은 제주도로 간다’라고 하면 도축된다는 의미이며 일부는 축협공판장에서 또 일부는 창고나 들판에서 불법 도축돼 말고기 혹은 펫사료로 이용되고 있다.
제주마는 멸종 방지 및 영구적 보존을 위해 1986년에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됐다. 제주도는 보호구역을 지정해 일부의 제주마를 보호하고 있으나 매각 대상이 되는 제주마를 천연기념물에서 해제시켜 도태시켜왔다. 10월에 매각된 제주마는 46마리로 가축시장에서 매각 가격 상한가를 정하여 신청자가 많은 경우 현장 추첨으로 누구라도 손쉽게 제주마를 구입하게 된다. 매각 기준도 없고 후속 대책도 전무하다.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는 순간부터 제주마는 아무런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6. 방류라 쓰고 유기라 부른다. 방류협의체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유기했다
수족관 마지막 수애기,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73일 동안 가두리에서 야생 적응 훈련을 받았다고 알려졌으나 실제 가두리 생활은 48일에 불과하다. 방류 당시 비봉이 몸은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 비봉이 위치를 추적하는 GPS의 마지막 기록은 13일 가두리 위치로 방류 당일인 10월 16일 그리고 지금까지도 GPS는 작동되고 있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방류 사례를 살펴보아도 비봉이처럼 3살에 포획되어 17년 동안 수족관에서 생활했던 돌고래가 방류에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세계적 고래 전문가들의 여러 차례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류협의체인 해양수산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건설 그리고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이미 인간과의 생활에 적응되어 바다 생활을 학습하지 못한 비봉이를 바다로 방류했고 현재까지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혹자는 자유를 주었다고 하지만 생존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자유를 자유라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과연 누구를 위한 자유일까. 자의식이 뛰어난 돌고래 비봉이가 느꼈을 공포심과 두려움을 방류협의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방류 실패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이를 방류라 할 수 있는가.
비봉이를 바다에 유기한 지 73일이 지났다. 남방큰돌고래 금등이 대포에 이어 비봉이 방류마저 결국 실패했다.
2023년 제주도의 동물, 안전하게 꼭 살아있길 바란다
2023년 4월 27일에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지 31년 만에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이 시행된다. 무분별한 영업에 대한 관리 강화를 위해 허가 범위가 기존 동물생산업에서 판매업, 수입업, 장묘업까지 확대되며 무허가 영업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등 반려인의 책임의식 및 반려동물 복지가 강화된다.
제주도는 이전과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위한 시민 대상 교육에서부터 불법적 개농장 철폐와 동물학대 예방 대책, 동물을 이용한 전시와 체험 전수 조사 및 대책 마련, 좁은 감금 틀에서 고통 받는 농장동물 환경 개선, 야생동물 보호구역 확대, 채식하기 좋은 제주 등 사회 전반에서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동물의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이며 동물의 건강이 곧 시민의 건강이고 동물의 환경이 곧 시민의 환경이다. 동물의 삶은 시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사람을 알고자 하면 그의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제주도 동물의 삶을 통해 제주도민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으며 또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읽게 된다.
제주도민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제주도의 놀라운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2023년 새해, 동물에게 친절한 제주도를 기대한다.
# 김란영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동물권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www.jejuvegan.com ) 대표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UN의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에서 제시하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대한 핵심적인 정책인 육류와 유제품 소비의 문제점과 최상의 기후 해결책으로 빠르며, 쉽고, 경제적이고, 건강한 비건 식단(완전채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현재 구조 및 유기견 11마리와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출처 :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