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코코어멍동물애담44. 오늘 죽어도 상관없는 말, 경주마를 위한 법률 한 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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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건제주 (112.♡.242.8) 댓글 0건 조회 3,769회 작성일 22-02-12 20:27본문
- 김란영 (news@jejusori.net)
- 승인 2022.02.12 10:39
- 댓글 6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퇴역 경주마들
퇴역 경주마 승리는 미국에서 태어나 4살 되던 해인 2004년에 서울경마공원에 입사했다. 10살까지 외국 경주를 포함하여 총 51회 경주에 출전하여 19회 우승을 하고 2년 연속 경마 팬이 뽑은 최고의 말에 선정이 되었다. 국내 최정상급 명마로 칭송받으며 그랑프리 대회 대상 수상 등 벌어들인 상금이 10억 원을 훌쩍 넘는다.
평균 4살에 퇴역하는 한국의 경주마와 다르게 승리는 10살에 퇴역했다. 그 이후 그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승리는 퇴역 후 경기도 소재 허름한 승마장에서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마방 구석에 방치되었다. 우연히 이를 발견한 경마팬들이 마사회에 항의하였지만 몇 달 후 갑작스러운 배앓이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오늘 죽어도 상관없는 말이 퇴역 경주마이다. 최정상급 명마인 승리 그리고 경주에서 밀려나 다른 용도로 팔려 가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에 동원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간 퇴역 경주마 ‘까미’처럼 대부분의 경주마는 경마산업의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그들의 삶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퇴역 경주마의 수와 새로운 삶을 얻는 말의 수를 일치시키는 목표로 복지체계 구축
지난 9일 국회에서 위성곤 국회의원실, 동물자유연대, 생명환경권행동제주비건 공동 주최로 ‘경주마 전 생애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위성곤 의원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경주마 현황 및 복지 시스템 과제’에 대한 김정현 전 한국재활승마학회 이사의 발제가 이어졌다. 김 전 이사는 대부분의 경주마는 성적에 상관없이 은퇴 후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며 근본적이고 진정성있는 경주마 처우개선과 지속 가능한 경마산업을 위한 윤리적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 이후 은퇴한 경주마는 1만7298두로 이 가운데 한국마사회 승용조련프로그램으로 재훈련을 받은 말은 단 14두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퇴역마의 0.08%에 불과한 수치이다. 영국의 경우 ‘퇴역 경주마의 수와 새로운 삶을 얻는 말의 수를 일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 중이며, 미국과 홍콩 역시 퇴역 경주마의 복지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은퇴 후 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형 경주마 복지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금 3%를 은퇴한 경주마들의 퇴역 자금으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최대 규모의 말 도축장을 조사해 국내 말 산업에서 자행되는 학대 실태를 밝혀냈던 세계 최대규모의 동물보호단체인 PETA 정책부 수석 연구원 필립 샤인은 한국 경주마 산업을 ‘K-Cruelty’라고 칭했다. 너무도 많은 말을 번식시켜 ‘잉여’ 말들을 만들어내고 그에 대한 관리는 부재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퇴역 경주마들은 도축되어 말고기나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말도축을 중단하고 그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퇴역 경주마들의 위치와 생사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퇴역 경주마 관리프로그램은 재훈련이라는 1차원적인 범위에서 제한되어서는 안 되고 모든 말의 전 생애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상금의 3%를 은퇴한 경주마들의 퇴역 자금으로 배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마사회를 비난하고 부끄럽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재정적인 방법으로 한국이 ‘K-Cruelty’에서 국제적인 퇴역 경주마 사후관리 모범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한국마사회의 말 복지 사업추진 및 중장기 전략
한국마사회 말 보건원 김진갑 부장은 말복지 증진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였으며 그동안 말 보건복지위원회, 말 복지위원회를 구성해 경주마 복지 사업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다.
2022년∼2026년까지 말 복지 중장기 전략으로 말보호·복지 의식 향상, 말의 과학적 윤리적 활용 제고, 경주마 생애주기 복지지원, 말 복지 가치의 기관 경영 내재화, 전문인력 양성 및 국민소통 강화를 중심으로 실행할 예정이다.
김 부장은 “말 복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기는 하나 경제적, 행정적, 입법적 분야의 한계가 있다. 정부의 지원과 입법 활동 유관 기관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주마를 위한 한 줄의 법이 필요하다
패널토론에서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 박창길 교수는 “오늘 죽어도 상관없는 ‘폐마’라는 개념이 경마산업에 있는 것이 놀랍다.” 마사회가 발표한 ‘한국마사회 말 복지 가이드라인’도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 그 내용이 표준을 가지기에 구체성도 없고, 말의 생리나 행동적인 요구가 반영된 부분을 찾아볼 수가 없어서 표준이나 규범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반려동물, 농장동물, 전시동물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법령이 마련되었지만 경주마로 뛰고 난 5살 전후부터, 퇴역하고 난 이후는 이들 퇴역마를 보호해줄 단 하나의 법률도 없다. 나아가 모든 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법의 사각지에 놓여 있는 만큼 동물보호 행정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을 보호해줄 법 체계가 시급하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최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과정에서의 퇴역 경주마 사건은 사회적 무관심과 방치 생명경시 풍조가 빚어낸 참사이다” 학대에 가까운 경주마 관리, 2∼3년 단기간 집중적인 혹사, 퇴역 후 방치 등 말의 전생에 걸쳐 마지막 한 방울까지 이윤 창출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마사회가 아직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로드맵에 그친 것에 실망감을 표현하였다. 동물을 이용해 벌어들인 수익은 동물에게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고충을 토로하기에 앞서 담당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마사회의 말이력제가 의무제가 아닌 신고제로 돼 있어 퇴역 이후 용도 신청을 하여도 퇴역 경주마의 행방을 알 길이 없다며 말이력제 의무제와 경주마의 전 생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경마산업을 정육점이라 한다. 많은 이들의 제주를 ‘말의 고장’이라고 알고 있지만, 말에게 제주는 ‘죽음의 고장에 불과하다. 퇴역 경주마인 더러브렛을 가리키며 “저 말은 제주도로 간다”는 제주도에 도축되어 말고기가 되기 위해 팔려 간다는 의미이다. 은퇴 뒤 경주마들이 고기와 펫사료로 이용되어서는 복지체계를 구축할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으며 마육정책의 폐기를 요구했다.
고은경 한국일보 기자는 취재 도중 한 마필관리사는 “다친 경주마가 완치 후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성심 성의껏,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진료한다. 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판단되면 바로 퇴역시킨다”고 설명했다. 더해 “마주가 가입한 보험금을 받으려면 ‘경주마 불용’ 판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말을 더욱 혹사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윤추구 위주의 경마산업으로 은퇴 후 대부분의 경주마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으며 지나친 번식을 제한하여 사육두수를 줄이고 말의 전 생애를 추적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정은 “현재 시행 중인 출생부터 사망까지 개체 단위로 이력이 관리되는 ‘소 이력제’를 참고해 말 이력관리 제도 의무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복지기금 마련에 대해 상금은 마주, 마필관리사 등 민간이 가져가는 부분이라며 복지기금을 어디에서 가져올지 등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2026년까지 말산업 육성 5개 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며 계획 수립 시에는 경주마 전 생애 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내용을 포함하겠다”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위성곤 국회의원은 총평을 통해 경주마의 전체적인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국형 경마산업의 모델을 구축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마사회가 말복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하지만 경주마에 대한 복지가 실제로 향상되었는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앞으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통해 부끄럽지 않은 경주마 복지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다.
인류를 빛나게 했던 말을 위해 우리가 친구가 되어주자
토론회 좌장을 맡은 한국성서대학교 김성호 교수.
말은 평균 30년을 살아간다. 일 년이면 약 70%가 성장하고 성마가 되려면 5살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살에 경주에 투입되어 4살이면 퇴역이 되고 있다. 어른으로 성장하지도 못한 어린 말이 성년이 되기 전에 다른 용도로 팔려 가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다. 성마가 되는 5살에 경주 훈련에 들어간다는 경마 선진국의 말과는 사뭇 다르다.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장에서 학대받고 죽어간 까미의 본명을 우리는 아직도 모른다. 아니 알 수 없다. 말 이력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그래서 추적하기 힘들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참하게 죽어가는 수많은 까미들을 위해 우리는 사회적 관심과 논의를 멈추어서는 안된다.
어느 존재보다 사람과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은 사람의 웃음을 흉내 내며 사람과 장난치기를 좋아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건넨다. 지구와 인류를 빛나게 해주던 수려하고도 아름다운 존재인 말은 ‘오늘 죽어도 괜찮은 동물’이 되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어야 할 차례이다.
# 김란영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동물권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www.jejuvegan.com ) 대표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UN의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에서 제시하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대한 핵심적인 정책인 육류와 유제품 소비의 문제점과 최상의 기후 해결책으로 빠르며, 쉽고, 경제적이고, 건강한 비건 식단(완전채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현재 구조 및 유기견 11마리와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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